주 144시간씩 근무... 법 밖에 방치된 돌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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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노인 돌봄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주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간병인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가 상주하기 어려운 경우 간병인과 계약을 맺어 환자를 돌보는 일을 맡긴다. 이들은 대부분 법적 노동자가 아니다. 전국 간병인 수는 26만 명이 넘고 대부분 여성으로, 중국국적이 다수며 60대 이상이 56%로 대표적인 여성 고령 노동자의 직종이다.
70% 이상이 유·무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환자를 알선받아 일하는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이다. 따라서 이들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고,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에서도 제외된다. 노동자가 아니니 근로계약서를 안 쓴다지만, 다른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거의 없고 주로 구두로 계약한다.
간병노동자의 업무는 환자 청결 유지, 식사 및 투약 보조, 대소변 보조에서부터 말벗 하기나 안전관리까지 폭넓다. 간병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 보통 하루 24시간 일하고 일당 10만 원 가량을 받는다.
보통 1주일에 6일 병원에 머물고, 휴일은 보통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24시간이다. 환자가 잘 때, 환자 식사 후 잠깐 쉬고, 자고,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정해진 수면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사실상 주 144시간 근무하는 초장시간 노동이다. 수면, 휴게, 식사를 위한 편의 시설과 공간도 따로 없다.
이렇게 초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것은 이들이 법적 노동자가 아니고, 또한 다른 일자리 기회가 적은 중년·고령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골격계질환이나 옴 등 감염성 피부병 등 직업성 질환에도 많이 노출된다.
하지만 '근로자'가 아니고 '산재보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산재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급격히 증가했을 때, 많은 고령의 간병인들이 환자들과 함께 감염됐다 사망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전국적으로 마스크 부족 현상이 있었을 때, 정부는 병원 종사자에게는 지급했지만 간병노동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민간에 맡겨진 노인 돌봄, 그러나 보장되지 않는 노동권
요양보호사는 2008년부터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정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하여 노인을 돌보는 노동자이다. 이들은 요양시설, 주간보호센터, 재가요양보호센터 등 기관에 소속된 노동자로 일한다. 2020년 12월 기준 56만 명이며 재가요양보호사가 46만 명 정도로 다수를 차지한다.
재가요양보호사는 노인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간병인과 유사한 일을 하지만, 과로/장시간 노동 문제에서는 간병인과 다른 처지에 있다. 재가요양보호사는 재가요양보호센터에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 노동자다. 시급제 형태로 월별 근무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데, 월별 근무시간은 노인의 등급에 따라 정해진다.
통상적인 등급의 노인을 돌본다면 보통 하루 3시간, 월 최대 24~26일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급여가 낮아서 2개 이상의 방문업체와 계약하여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38%나 된다. 요양보호사 외 부업을 하는 경우를 합치면 복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의 47.2%에 이른다.
특히 한국 노동법에서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 연차휴가, 주휴수당, 퇴직금 권리가 없어 일부 재가요양보호센터에서는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계약으로 비용 절감을 시도하기도 한다.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인데, 그달에 공휴일 등이 많아 서비스 제공 시간이 월 60시간이 안 되는 경우 그달은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는 일도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공적 보험에 기반해 운영되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와 서비스 이용자를 공적 관리체계 아래 적절한 노동시간 및 준비, 훈련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민간 보호센터들이 우후죽순 난립한 현 상황에서는 요양보호사의 노동권이나 서비스의 질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